<2020년 9월 21일>

종합운동장역에서 정신여고 출구를 통해 나오면 항상 불만인 곳. 왜 여긴 자전거들로 휩싸여있을까? 하필이면 이곳에 자전거 정류장이 생겼을까? 아님 꼭 자전거 정류장에 이런 정신여중고 로고를 만들어놓아야 했을까? 지저분한 자전거들이 보이지 않게 히려면 빨간 벽돌 위쪽만을 잘 겨냥해서 찍어야한다. 여하튼 연지동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인 곳을 통해 학교로 간다.

조금 가다 오른쪽으로 꺾으면 쭉쭉 뻗은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그 나무들의 무성한 초록 잎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난다. 오늘은 정신여중고 총동문회 정기운영위원회가 열리는 날이다. 제4차지만 코로나 때문에 1차 2차 3차는 모두 비대면 온라인으로 했기에 직접 얼굴을 보는 것은 금년 들어 처음이다.

나무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드디어 교문이 나온다. 교문 기둥에 박혀있는 초록 바탕의 정신 여자 중고 명패가 익숙하다. 왜 저리도 친숙하게 느껴질까?

아하. 연지동에서의 교문 기둥에 박혀있던 바로 그 명패인 것이다. 그랬구나. 그래서 그렇게 정답게 느껴졌구나. 교문도 운동장도 모두 바뀌었지만 옛날 우리가 많이 보던 그 명패는 그때 그 시절 그대로였던 것이다.

지각이라도 하는 날엔 가파른 언덕길을 헉헉대며 올라가느라 고생했던 그때 그시절 연지동 정신여고를 잠시 추억해본다. 세월이 흘러 흘러 팔팔 튀던 여학생들이 아줌마로 할머니로 변한다.

학교에 들어가 바로 오른쪽 커다란 건물 김마리아 회관이다. 주님의 교회와 정신여중고가 함께 쓰고 있다. 동문회실이 이 곳에 있다.

일층에 있는 아담한 동문회실. 총동문회 부회장들이 속속 도착한다. 63회 최경희 동문이 들어서고 있다.

이미 자리 잡고 계시는 대선배님들. 사회적 거리두기로 마스크를 단단히  얼굴에 고정시키고 멀찌감치 띄어 앉아 계시다. 마스크 필수! 밀착 금지!

소파 뒤쪽 둥근 탁자에는 모두 62회 선배님들이시다. 정기 운영위원회는 1부 2부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1부로 예배를 먼저 드리고 2부에 본격적으로 운영위원회를 한다. 왼쪽의 박상숙 선배님은 1부 예배 중 성경봉독을, 가운데 박연희 선배님은 기도를, 오른쪽의 임주숙 선배님은 2부 운영위원회 중 회계보고를 하신다.

운영회의 때 대개는 끝나고 모두 함께 식사를 하는데 코로나로 식사 금지다. 그래서 식사는 안 하고 대신 회의 중 각자에게 조금씩의 먹거리가 주어진다. 맛있는 샤인 머스켓 한 알 먹고 재빨리 마스크를 올리고 또 한 알 먹고 다시 마스크를 올리고 한다. 조심조심 먹는 순간에만 살짝 마스크를 내렸다 다시 단단히 무장하는 것이다. 갑갑해도 안전을 위해 참아야 한다. 맨 입으로 맘껏 이야기하던 평범한 일상이 그립다.

50회 김광옥 대선배님. 한 번 계산을 해보자. 63회인 내가 1973년에 정신여고 입학했으니까 나보다 13년 위인 선배님은 1960년에 정신여고 입학이고 1957년에 정신여중 입학이다. 아, 1957년은 내가 세상에 응애~ 하고 태어나던 해이다. 그렇게 백삼십여 년의 역사와 함께 세대를 넘어 동문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곳이 총동문회다. 같은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실로 소중한 인연들 아닌가.

펜을 단단히 쥐고 있는 59회 조동숙 선배님. 빡빡하게 적어온 메모를 보며 동기들의 문의사항을 질문하고 답을 얻고 그걸 다시 정성껏 필기하신다. 동기들의 말을 전하고 동문회의 답을 다시 동기들에게 전하는 그야말로 소통의 창구 기 대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계시다.

62회 윤옥교 총무의 사회로 진행된 1부 예배가 모두 끝나고 드디어 본격 운영위원회 시작이다. 62회 유미라 총동문회장님의 인사말이다. 8월 5일 모처럼의 학교 행사를 잘 마치고 정신여중 정신여고 교장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체육관 건립을 위한 꽤 많은 금액의 동문회 협조 요청에 앞이 깜깜했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임원방 기대표방 자문위원방 해외지부방 등에 부탁하며 모금을 시작하자 동문들의 힘은 대단하였으니 아 놀라워라 순식간에 많은 금액이 모였다. 백삼십여 년 역사와 전통의 정신여중고 동문들의 힘! 학교도 놀라고, 동문회도 놀라고, 교육청도 놀라니 실로 정신 동창의 저력은 대단하여라.

62회 박현희 수석부회장이 많은 행사가 있었던 동문회 동정을 보고한다. 바자회며 예술제며 전체가 복닥복닥 모여서 하는 건 코로나 때문에 못하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행사가 많은 동문회다.

대개 운영위원회 때 이곳 쏘파들은 선후배들로 빽빽하게 가득 찬다. 그러나 코로나 여파로 많은 동문들이 참석 못했다. 그래도 다음 회기를 위해 아직 코로나 위험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무리하게 개최된 금년 최초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대면 정기운영위원회다.

정신여중고 행사를 비롯해 김필례 기념사업회, 김마리아 기념사업회, 축하, 조문 등 코로나와 상관없이 매우 바빴던 62회 총동문회 임원들이다. 왼쪽부터 윤옥교 총무, 유미라 회장, 박현희 수석부회장.

예전 같으면 지금쯤은 각 방에서 들려오는 정신 예술제를 향한 장구소리며 온갖 악기에 노랫소리들로 시끌벅적 일 텐데 사방이 고요하니 정적 뿐이다. 10월 29일로 예정되었던 제10회 동문 예술제도 취소하는 것으로 땅땅땅 결정된다. 코로나가 그때까지 물러갈 리도 없어 보이고 딱 그때 물러간다 해도 연습이 하나도 안된 예술제를 개최할 수는 없으니까.

청담마리산부인과 원장인 65회 홍순기 동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73회 유명희 동문, 제21대 국회의원 76회 김은혜 동문이 금년 ‘자랑스러운 정신인’에 선정되었음을 보고받는다.

65회 석정아 동문에게 이것저것 간식이며 회의자료를 챙겨주는 78회 이정은 사무국장. 특히 이번엔 체육관 건립 기금 모금의 그 많은 약정서를 이메일로 받으랴 전화로 받으랴 엑셀로 정리해 보고하랴 정말 수고가 많다.

모든 회의가 끝나고 가려는 순간 62회 박상숙 선배가 가방을 뒤적뒤적 우리에게 줄 선물이라며 모두에게 하나씩 주었으니 바로바로 마스크 걸이. 직접 만드셨단다. 와우 모두들 좋아서 싱글벙글. 너무 예쁘다. 사람들 한 것 보고 참 편하겠다 했는데 아, 잘 되었어요. 기쁨의 환호성이다.

맨 왼쪽 분이 마스크 걸이를 직접 만들어 참석자 모두에게 선물해주신 62회 박상숙 선배님이시다. 퀼트로도 유명한 분이라고 곁에서 귀띔해준다. 같은 62회 박연희, 임주숙 친구분들이 기념이라며 선물 받은 마스크 걸이를 목 앞에 잘 보이게 내걸고 촬영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62회에서 유명하다는 행운권 추첨. 난 땅콩이 당첨되어 열차 타고 야금야금 맛있게 먹는다. 시끌벅적 행운권 추첨을 통해 모두에게 한 가지씩 선물이 전달된다. 김이며 고급 유기농 참깨며 회장님이 특별히 우리들을 위해 준비한 상품들이다.

떠나기 전 단체 촬영. 회의하던 대로 마스크 쓴 채로 찰칵.

하나 둘 셋 하는 순간 아주 잠깐 마스크 내리고 찰칵. 하하 그렇게 마스크 쓴 채로 마스크 안 쓴 채로 두 종류의 사진을 남긴다.

*사진 왼쪽부터(존칭 생략)

<앞줄>  59회 조동숙, 50회 김광옥, 62회 유미라 총 동문회장

<뒷줄>  63회 최혜영, 63회 윤금진 수석부회장, 63회 최경희, 62회 박상숙, 62회 박연희, 62회 임주숙, 62회 박현희 수석부회장, 65회 석정아, 62회 윤옥교 총무

연지동에서도 봐왔던 커다란 돌 안에 새겨진 교훈이 모든 것 끝내고 학교를 떠나는 우리를 배웅한다.

굳건한 믿음, 고결한 인격, 희생적 봉사로 우뚝 설 정신인이여~  영원하여라!!!

<글:63최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