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여행을 떠난다. 주일 울산에서의 많은 일들을 끝내고 열차에 오르니 밤 12시 다 되어 엄마가 계신 일산 주엽역에 내린다. 제복의 아저씨들이 셔터를 철컥철컥 내리고 있는 것 보아 아마도 내가 탄 게 막차인가 보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어쩔 뻔했어? 아찔. 그런데 휙휙 퐁퐁 잘도 달려가는 분. 룰루랄라 기분이 꽤 좋은 모양이다. 헉. 자세히 보니 양쪽에 목발. 오른쪽 반 바지가 달랑달랑. 한쪽 다리가 없다. 그 몸으로 깡충깡충 잘도 뛰면서 휘파람까지. 그런데 어떡하나. 바로 내 앞에서 내가 나가는 출구로 가고 있지 않은가. 새카만 밤. 지하철 셔터문 마저 철컥철컥 내려지고 있는, 행인도 거의 없는 아주 깊은 밤. 주엽역 4번 출구엔 어마어마하게 좁고 긴 에스칼레이터가 있다. 저길 따라가 말아? 깡총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오르는 그 다리 없는 아저씨와 단 둘이 타는 것이 무언가 께림찍하여 멈칫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아저씨, 획 돌아서며 나를 보고 커다랗게 소리친다. “엘리베이터 저 쪽으로 돌아 가면 있어요.” 앗. 난 너무도 부끄러워 얼른 에스칼레이터에 올라타며 “아.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크게 답한다. 환갑여행 갈 커다란 짐보따리를 든 나를 도리어 걱정해 주는데 난 두려워 탈까 말까 망설였다니.

지나가는 아저씨도 깜짝 놀라 돌아볼 만큼 우리에게선 벌써부터 폭풍 웃음이 쏟아지고 있었으니, 예정보다 꽤 늦은 시간임에도 압구정 대기팀은 불평불만은커녕 웃음천국이다. 그렇다면 우리 일산팀은 왜 늦었을까? “코를 골며 쿨쿨 너무 곤하게 자고 있어. 깨울까 말까 생각 중이야.” 새벽같이 달려간 내게 선옥이는 말했다. 남편을 깨울까 말까. “무얼 깨워. 우리끼리 하자.” 둘이서 낑낑 물건들을 내리고 지하에서 차를 가져와 싣고 문숙이를 태운다. 춥다. “김밥을 찾아야 해.” 김밥집을 기사에게 좌회전 우회전 설명하고 가던 중 “아앗. 내 카드. 카드가 없어졌어.” 선옥이의 비명. “잘 찾아봐.” “없어.” “썼다는 문자 안 왔으면 분실 아니야. 있을 거야.” “없어.” “좀 더 찾아봐.””없어.” “신고해야겠지?” “그래. 일단 해라.” 정신없이 카드 찾기에 쏙 빠진 우리. 그 사이 기사님은 길을 잘 못 들어서고. 새벽엔 단 5분도 엄청난 차이. 김밥집을 찾아 다시 빠꾸 하고 돌고 황금 같은 새벽시간이 휙휙 지나갔던 것이다. “앗. 여기 있네.” 그 난리 법석 끝에 분실신고를 완료하자 떡하니 지갑 쟈크 주머니 속에서 나타나는 카드. “요 거이 바로  우리의 실상이여.” 이구동성으로 우리의 나이, 환갑을 실감한다. ㅋㅋ 이런 우왕좌왕으로 약간의 지체가 출근길 교통체증과 맞물려 늦었던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하하하 푸하하하 깔깔 까르르르 우리들 웃음은 끝이 없으니 아, 우리는  여고 동창 이어라. 호홋.

아. 신나. 너무 좋아 ~너무. 이리 껴안고 저리 껴안고 우헤헤헤 깔깔 푸하하하 찰칵찰칵 앗 그런데 죽전이 다가오자 기사 아저씨. “아아 정신여고 이혜숙 씨를 찾습니다. 정신여고 이혜숙 씨는 즉시 이 버스를 타십시오…”  마이크로 크게 방송하니 정류장에 가득한 사람들이 깜짝 놀라 바라보고 난리가 난다 하하. 그 난리버거지 속에 미국에서 온 혜숙이가  여유만만  싱글벙글 웃으며 차를 탄다. 그뿐인가. 젊은 기사 아저씨. 버스 앞에 대문짝만 하게 ‘정신여고 동창회’라고 번쩍번쩍  달고 다니는 통에 우린 여러 곳에서 주목을 받았으니, 그중 한 곳이 망향 휴게소. 어떤 아저씨가 와서 “저… 우리 차에 남자만 있는데요…” 하며 미팅을 제안한다. 하하. 기사님께서 싹 잘라 거절했기 망정이지 하하 푸하하하

망향휴게소에 내린 우리는  너무도 멋진 화장실 모습에 입이 쩍 벌어진다. 어쩜~  호텔 같아. 전국 일등 최고 화장실이래 인증샷 윤심아~ 폼 좀 잡아봐 찰칵 히히 어떻게 휴게소 화장실이 요리도 예쁘단 말이냐. 종란아~ 너도 이리 와. 하하 화장실 안에 윤심이와 종란이를 세워놓고 찰칵찰칵. 앗. 최고급 화장실이었어. 게다가 국민평가 최우수 휴게소. 어쩐지… 자. 요 거이 중요. 미경이와 최우수상 현수막을 함께 찍는다. 그뿐이냐. 혜영아. 저게 중요한 거야. 고속버스 좌석표 같은 바로 저 전광판. 화장실 어디가 비었는지 빈 곳이 몇 칸 인지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바로바로 저 전광판. 저걸 찍어야지. 해서 또 정애와 미경이를 함께 넣어 찰칵찰칵. 하하. 우린 화장실에서 이렇게 쌩쑈를 한다.

이 세상 모두 우리 거라면~ 이 세상 전부 사랑이라면~ 날아가고파~ 뛰어들고파~ 하지만 우린 이미 환갑녀. 히히. 실상은 환갑인데 모여있으니 마음은 동동 정신 여고생이어라. “그…  수염 깎은 자국  시퍼랬던 분. 그렇지?”  종란이가 누군가 최낙희 선생님 추억하는 말에 희미하게 그 선생님을 기억해내자, “넌 어떻게 그 잘생기고 유명한 최낙희 선생님을 ‘수염자국 운운…’으로 기억할 수가 있냐?” 정자가 특유의 말투로 기막혀한다.  그렇지 그렇지… 최낙희 선생님을 어떻게 몰라. 곳곳에서 정자말에 동감하며 종란이 타박. 그래서 또 깔깔 푸하하하.

버스 타고 가는 내내 기사님은 우리들로 하여금 배꼽 쥐고 깔깔대게 만들었으니, 하하. 푸하하하. 오며 가며 우리들 모습을 슬금슬금 찍는 가 싶더니, 버스 안 대형 TV에 우리들 모습을 등장시키는 게 아닌가. 하하. 사부작사부작 다니며 한 컷 한 컷 그가 찍은 사진을 대형 화면에서 즉시 확인하며 깔깔 호호호 푸하하하 아무도 몰라. 누구도 몰라. 우리들의 숨은 이야기. 아아 잊지 못할 정신 여고 때~ 히히.

요렇게 사진에 장난도 해가면서 그걸 달리는 버스 안에서 보여주니 하하 푸하하하 “요즘 관광버스,  싸비스 만점이네~” 하하. 오 예. 피곤도 할 게다. 정자. 여기 참석하기 위해 어제 밤늦게 미국에서 뱡기 타고 왔으니. 그뿐이랴. 뉴저지에서 온 혜숙이까지. 울산에서 밤 새 열차 타고 온 나는 명함도 못 내민다.  <멀리서 온 친구> 명단에. 하하 난 사진 배울 때, 절대 사람은 신체 훼손을 해선 안된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 아저씨. 예쁜 우리 친구들을 여차하면 쌍둥 다리를 다 잘라 버린다. 그래서 영~ 내 글 속에 등장시키고 싶지 않으나 방글방글 웃는 친구들 모습이 너무 예뻐 몇 개 살려놓는다.  삼삼오오 하하 호호 때론 왁자지껄 때론 소곤소곤 수다 떨며 가다 보니 어느새 대전.

헉. 몽미? 기다리고 있어야 할 약속된 정류장에 아~ 무도 안 보인다. 우리의 길쌤. 부지런히 전화. 지금 오고 있대~ 뭐야. 아직 안 왔어? 한 참을 기다린다. 드디어~ 생글생글 방글방글 즐겁게 등장하는 우리의 대전팀. 오 예. 열화와 같은 박수 세례를 받으며 ‘정신여고 동창회’ 버스 입성. 꺅!!! 방가방가. 꽉 껴안으랴, 일일이 악수하랴. 대전팀 인기 절정. 하하. 그런데!!!! 그런데!!! 흑. 누구는 저렇게 꽉!!! 껴안아주며 다정했던 영선이가. 엉엉. 반갑게 다가서는 내게 씩씩대며 단호하게 한마디. “혜영이 너!!! 기자 자격 박탈!!!” 엉엉 으앙 와이 내게만? 으아아아아앙.그 사연인즉 이러하다. 제일 처음 일산에서 출발해 줄줄이 친구들을 태워가는 건데 애초 시작점에서 김밥집을 못 찾아 헤매느라 늦어 두 번째  약속 장소에서 많이 기다린 압구정팀. “줄줄이 사탕이니 대전팀에 연락해. 사오십분 늦는다고.” 회장님 명을 받자와 즉각 밴드에 타다다닥 올렸던 나. ‘사오십분 늦을 예정이니 대전팀은 알아서 대처하라.’ 요걸 본 대전팀. 여유 있게 차도 한 잔 사오십분 늦게 늦게. 그런데 전혀 막히지 않아 쌩쌩~ 달려 일찍 도착한 버스. 그 독박은 괜히 내가 다 뒤집어쓴 것이다. 재빨리 우리 여고 밴드에 올린 탓에. 엉엉.

 

그건 그거구~ 어느새 우린 하하 푸하하하 깔깔 마냥 즐거워요. 헤헤. 모여~ 어서들 모여. 입장 휴게소에서 찰칵. 바람이 몹시 분다. 머리카락 날림이 장난 아니다. 하하. 빨강, 하양은 사이사이 들어 가~ 색깔 맞추어 가며 멸치~ 대가리~ 김치~ 있는 대로 예쁜 미소. 아. 우리는 여고동창이어라.

한 보따리씩 안겨지는 영선이 표 푸짐한 먹거리 봉투. “도대체 우리들, 영선이 없으면 어쩔 뻔했어?” 3일 내내 야금야금 맛난 것 빼먹으며 아~ 감탄에 감탄.  영선이는 우리 동창들이 어디를 가나 이렇게 슬그머니 먹거리 봉투를 마련해와 우리를 감동의 도가니에 빠지게 한다. 우리 모두는 이구동성으로 “영선아~  고마워~”

<계 속>